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무려 55번의 가택연금…김대중의 '정치적 심장' 동교동 사저, 유산 된다

2025-12-16 18:26

 한국 현대 정치사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가 마침내 국가의 품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정치적 풍파와 최근의 유산 분쟁, 민간 매각 논란까지 겪으며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국가유산청의 결정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건물을 넘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심장부였던 역사적 공간의 가치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파란만장했던 사저의 운명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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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필수보존요소'로 지정된 세부 항목들이다. 김 전 대통령과 아내 이희호 여사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문패와 대문, 그리고 고인의 생전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2층의 서재와 침실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패에 부부의 이름을 함께 적은 것이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교동 사저가 단지 정치적 공간일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김대중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임을 의미한다.

 

사실 이 역사적인 공간이 영원히 보존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2019년 이희호 여사 별세 후, 사저와 노벨상 상금을 둘러싼 유산 분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사저가 민간에 매각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겼다. 민주화의 성지가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포구가 새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동교동 사저는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후대가 기억하고 기려야 할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역사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