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5일 월요일

'손절' 당한 김병기, 지도부 향한 분노 '부글부글'

2025-09-12 17:37

 여야 특검법 합의를 둘러싼 번복 사태로 폭발 직전까지 치달았던 더불어민주당의 '투톱' 갈등이 위태로운 휴전에 들어갔다. 정청래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일단 공개적인 확전을 자제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이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서의 일시적 봉합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반, 집권 여당의 리더십 분열이 국정 동력 상실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대한 위기감이 두 사람을 일단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혔다.

 

[BANNERAREA50CD]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일단은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전날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비공개 최고위에 불참했던 그였지만, 이날은 항의성 불참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 대표의 바로 옆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공개 발언에서는 특검법 사태에 대한 언급을 일절 배제하고 현안에 대해서만 발언하며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는 용암 같은 감정의 골이 감지된다. 카메라 앞에서의 어색한 동석과 달리, 물밑에서는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전날 밤 연출됐다. 정 대표 측이 갈등을 풀기 위해 제안한 저녁 식사 자리를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가 통째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감정싸움을 넘어, 원내 사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개입, 즉 '월권'이라는 근본적인 불만이 폭발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원내대표 측의 분노는 '토사구팽' 당했다는 배신감에서 비롯된다. 당내 협의를 거쳐 어렵게 여야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 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들이 '우리는 몰랐다'는 식으로 거리를 두며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구도에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원내에서 어렵게 협상한 것을 당 지도부가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며 "일이 벌어지자 '손절'하는 듯한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여기에 당내 다른 인사들의 발언은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김 원내대표가 '법사위와 협의했다'고 말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공개 반박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김 원내대표가 국정원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거절하기 어려울 땐 핑계를 대야 하는데, 그분이 너무 스트릭트(엄격)한 것 같다"며 협상 방식의 유연성 부족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는 '투톱'의 갈등을 넘어, 당내 여러 세력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혀 있음을 보여주며, 이번 '살얼음판 휴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증명하고 있다.

 

기사 김연우 기자 yeonwoo_kim@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