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수요일

25년 만의 귀환 '홍길동', 원조 제작진이 작정하고 벌인 세대교체와 파격 캐스팅

2025-11-17 18:22

 늦가을 국립극장이 전통 서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빚어낸 두 편의 우리 소리 공연을 연이어 선보인다. 25년 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와 지난해 초연 당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창극 ‘이날치傳’이 그 주인공이다. 시대를 초월한 영웅 홍길동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담아 통쾌한 활극으로 재탄생하고, 조선 후기 천민 출신 명창의 삶은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펼쳐진다. 단순한 재연을 넘어 동시대 관객과 호흡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우리 공연예술이 지닌 이야기와 소리, 놀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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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이날치傳’은 오는 21일부터 다시 관객과 만난다.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었으나 천민이라는 신분의 굴레 속에서 ‘날치’처럼 날쌔게 줄을 타며 살아야 했던 소리꾼 이경숙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24년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입증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판소리뿐만 아니라 줄타기, 풍물놀이, 탈춤 등 다채로운 전통 연희를 한데 엮어 그 자체로 신명나는 ‘놀이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무대 위에서 실제로 펼쳐지는 아찔한 줄타기는 극의 백미로 꼽히며, 조선 후기 명창들이 소리 실력을 겨루는 대목은 마치 현대의 랩 배틀을 보는 듯한 속도감과 박진감으로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두 작품은 전통의 계승을 넘어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홍길동이 온다’는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쳐 작품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배우들과 현대적 연출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담아냈고, ‘이날치傳’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조화, 고제 판소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음악으로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늬를 새긴 원형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두 편의 공연은, 2025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통이 얼마나 세련되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