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대목을 앞둔 유통가에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현실화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추석 명절 상여금을 당초 예정일인 9월 말보다 늦은 10월 2일에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통상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최소 일주일 전 상여금을 지급해왔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지급 지연은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달 내에 처리해야 할 다른 대금 지급 압박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의 상여금마저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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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하는 소비쿠폰마저 홈플러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품 물량 감소로 팔 물건도 부족한데, 그나마 있던 고객마저 줄어들면서 추석 대목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한편, 정치권의 개입으로 폐점 논의가 일단 중단되면서 애꿎은 입점업체들로 불똥이 튀었다. 당초 폐점 예정이던 점포의 입점업체들은 3개월 매출액의 30% 수준의 보상안을 두고 홈플러스와 협의를 진행하며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폐점이 보류되면서 보상 논의마저 중단됐고, 이들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폐점 보류가 해결책이 아니라 불확실성만 키우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홈플러스는 9900원짜리 워킹화, 5900원짜리 모자 등 초저가 의류·잡화 라인업을 확대하며 고객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