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벽과 기둥인데…" 특정 장소에 서야만 '진짜'가 보이는 마법 같은 그림의 정체
2025-09-16 18:15
[BANNERAREA50CD]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른다. 30세의 젊은 작가 송예환부터 올해 78세를 맞은 프랑스의 거장 조르주 루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성곡미술관을 해석했다. 이들은 2023년부터 수차례 미술관을 방문하고 공간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했고, 그 결과물로 모두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한편, 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술관을 기록했다. 그는 미술관과 그 주변을 산책하며 마주했던 인상 깊은 광경들, 예컨대 정원의 나무나 건물의 처마 같은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한 화폭 안에 재구성하여 몽환적인 ‘도시 전시 정원’을 완성했다. 또한 성지연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모습에 주목했고, 베로니카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는 사계절의 변화를 겪어내는 미술관 정원의 풍경을 각자의 사진 언어로 담아냈다.
1995년 11월 문을 연 성곡미술관은 1980년대 공공미술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 현대미술을 위한 전시 공간에 대한 갈증 속에서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이다. 이수균 부관장은 "‘성곡내일의작가상’을 통해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기획전을 꾸준히 운영해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실험을 펼치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12월 7일까지 계속되며, 30년의 역사를 품은 공간이 예술과 어떻게 교감하고 스스로 예술이 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
전시장의 하얀 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미술관의 눈에 띄는 특정 공간을 화폭에 옮겨 담고, 그 공간을 채우는 관객들의 찰나의 표정과 몸짓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심지어 어떤 예술가는 전시 공간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 삼아 벽과 기둥에 직접 색을 칠하며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설치 작품을 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