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노벨상 한강까지…'거장들의 놀이터' 샘터, 역사 속으로

2025-12-10 17:42

 한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국내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가 56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독자들에게 잠시 안녕을 고한다. 출판사 샘터사는 오는 24일 발행되는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마지막으로 잡지를 무기한 휴간한다고 10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휴간의 배경에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샘터사 측은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적 흐름을 이기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높은 파고 앞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상징이었던 잡지가 결국 멈춰 서게 되었음을 인정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꿈꾸며 솟아났던 샘물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끝에 마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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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매체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샘터가 누렸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월간 판매 부수가 50만 부에 달하며 '국민 교양지'의 위상을 굳건히 했고,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 행사에는 한 달 만에 1만 통이 넘는 독자들의 편지가 쇄도하며 사회적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고, 디지털 기기가 콘텐츠 소비의 주요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종이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창간 50주년을 한 해 앞둔 2019년, 이미 한 차례 휴간을 발표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기업의 후원과 독자들의 열렬한 구독 행렬 덕에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구독률과 판매 부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6년 만에 다시 한번 멈춤을 결정하게 되었다.

 

샘터의 휴간이 출판사 샘터사의 완전한 폐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잡지 발행은 중단되지만, 단행본 출판 사업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물질과 성공만을 따르지 않고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샘터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며 샘터가 추구해 온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언젠가 냉동인간처럼 다시 반짝 태어나 독자들에게 인사드릴 것을 약속한다"는 말을 남겼다. 56년간 우리 곁을 지켰던 '마음의 벗' 샘터가 언젠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그날을 기약하며, 많은 독자들이 아쉬움 속에서 마지막 호를 기다리고 있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