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9일 일요일

실패만 거듭하더니…돼지 신장 이식, 드디어 ‘진짜 시험’ 시작됐다

2025-11-04 17:55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하는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미국 바이오기업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가 신장 기능이 극도로 저하된 말기 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은 첫 이종이식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첫 수술은 뉴욕대 랭곤 헬스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이는 인류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단순히 실험적인 시도를 넘어, 실제 의약품 허가를 목표로 하는 엄격한 연구라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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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의 사례들은 다른 치료법이 없는 응급 환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동정적 사용' 제도에 따른 실험적 치료에 불과했다. 정식 허가 절차를 위한 체계적인 임상시험이 아니었던 만큼, 그 결과 역시 한계가 명확했다. 지금까지 동정적 사용 허가로 이뤄진 돼지 심장 이식 2건과 신장 이식 2건은 모두 단기간에 실패로 돌아가며 이종이식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이는 당시의 기술로는 인체의 복잡하고 강력한 면역 거부반응을 제어하기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과거 사례 중 가장 희망적인 결과를 보였던 것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의 경우로, 이식된 돼지 신장이 271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동안 기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환자 역시 결국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이식받은 장기를 제거하고 다시 투석 치료를 받게 되면서, 이종이식의 근본적인 난제는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유사한 수술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제너시스'와 같은 다른 바이오 기업도 수개월 내 임상시험을 예고하는 등 전 세계적인 연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시작된 이번 정식 임상시험이 과연 인류의 오랜 숙원인 장기 이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윤승우 기자 seung_59@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