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 일요일

트럼프의 '왕관'과 시위대의 '절규'…두 동강 난 미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025-10-20 17:34

 미국이 전례 없는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 전역 2600여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규탄하는 '왕은 없다(No Kings)'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700만 명이라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파시스트는 꺼져라", "억만장자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쌓인 분노를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매달 이어져 온 반대 시위가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것으로, 이는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미국의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위기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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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적 저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조롱과 무시, 그리고 노골적인 적대감이었다. 그는 시위 당일, 자신을 '킹 트럼프'로 묘사하고 왕관을 쓴 채 전투기를 몰아 시위대를 향해 대량의 오물을 투척하는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을 보란 듯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이는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다. 심지어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고, 이번 시위로 인해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국정 마비 사태를 정적 공격과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러한 대통령의 태도는 행정부 전체의 강경 기조로 이어지며 미국 사회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부통령과 국방장관은 해병대 창설 기념행사에 참석해 '질서 수호자' 이미지를 과시하며 시위대와 대립각을 세웠고, 일부 주지사는 주방위군 투입 가능성까지 예고하며 국민을 위협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시위를 빌미로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파에 대한 보복과 숙청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극좌 단체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민주당의 거액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를 기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정치 보복'의 칼날을 빼 든 상황. 700만 명의 외침을 오물 영상으로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미국 민주주의가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탄이 되고 있다.

 

기사 윤승우 기자 seung_59@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