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메이플소프전, 사진으로 빚은 조각
2026-06-09 18:40
미국의 현대 사진 거장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생전 동성애와 누드 등 금기시되던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예술적 검열과 표현의 자유라는 거대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사후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추앙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파격적인 소재를 압도하는 완벽한 고전주의적 형식미에 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오늘 개막한 개인전 '형태의 시학'은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본질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들은 배제하고, 메이플소프 특유의 정제된 조형성과 시각적 언어가 돋보이는 25점의 엄선된 작품을 선보인다.[BANNERAREA50CD]

꽃을 소재로 한 작품들 역시 메이플소프만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하는 백합을 담은 '칼라 릴리'는 작가의 렌즈를 거치며 오히려 남성적인 강인함과 수직적 에너지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변모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성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피사체가 가진 순수한 형태적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만든다. 꽃의 곡선과 음영은 인체의 근육만큼이나 역동적이며, 이는 작가가 대상을 바라볼 때 성별이나 장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오로지 조형적 완결성만을 추구했음을 방증한다.

이번 전시는 메이플소프를 둘러싼 시대적 논란의 안개를 걷어내고, 그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구축하고자 했던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마주하게 한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기획을 통해 문제적 예술가라는 수식어 뒤에 가려진 거장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빛으로 조각을 빚어낸 메이플소프의 정교한 흑백 미학은 오는 7월 19일까지 소격동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사진이 단순한 찰나의 기록을 넘어 영원한 고전의 형태를 얻는 과정은 현대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