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금요일

선수는 왕, 구단은 '을'…에이전시 손에 놀아난 두산, 김재환 사태의 전말

2025-11-26 18:07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이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을 때, 많은 이들은 부진했던 성적을 딛고 팀에 헌신하려는 '낭만'적인 선택이라 해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름다운 동화가 아닌, 철저한 계산과 냉정한 비즈니스만이 존재했다. 두산 구단은 26일, 김재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방출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는 4년 전 115억 원의 대형 FA 계약 당시 포함되었던 '독소 조항'이 현실화된 결과로, 팀을 향한 애정이 아닌 이적을 염두에 둔 치밀한 계획의 일부였음이 드러나며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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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115억 원을 투자한 간판선수와의 이별은 두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두산은 2008년 김재환을 1라운드에 지명한 이후, 커리어 초반 금지 약물 복용이라는 최악의 논란 속에서도 그를 감싸고 꾸준히 기회를 주며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시켰다. 팬들 역시 비판 속에서도 그를 응원했고, 김재환은 홈런왕과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그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름다웠던 동행의 끝은 배신감과 허탈함뿐이었다. 두산은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 시한까지 김재환을 설득했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결국 두산은 연봉 10억 원짜리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한 명 없이 허무하게 떠나보내게 됐다.

 

'김재환 사태'는 단순히 한 선수의 이적 문제를 넘어, KBO리그에 만연한 거대 에이전시의 독과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다수의 선수를 보유한 에이전시가 여러 구단을 상대로 선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구단이 '을'의 위치로 전락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FA 시장의 거품은 물론, 이번 경우처럼 리그의 계약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FA 권리를 포기하고도 역설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시장에 나가게 된 김재환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팬들에게는 깊은 실망감을, 리그 전체에는 에이전트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기사 강시윤 기자 kangsiyoon@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