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바젤리츠 타계, 베네치아 적신 황금빛 고별사
2026-05-08 17:35
현대 미술의 거대한 산맥이었던 게오르크 바젤리츠가 지난달 말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예술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타계와 동시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유작전 '황금빛 영웅'이 공개되어 추모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착했던 '영웅' 연작 16점과 함께, 육성으로 전하는 고별 인사가 담긴 인터뷰 영상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BANNERAREA50CD]

전시의 핵심인 '황금빛 영웅' 연작은 작가 자신과 평생의 반려자였던 아내 엘케의 누드를 소재로 삼았다. 바젤리츠는 생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 선으로 아내와 자신의 모습을 새겨 넣었다고 회고했다. 노년의 쇠약해진 신체를 이끌고 보행 보조기에 의지한 채 바닥에 펼쳐진 대형 캔버스 위를 누비며 작업했던 그의 투혼은, 황금빛 바탕 위에 새겨진 검은 선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베네치아의 고요한 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유작전은 바젤리츠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언과도 같다. 전시 기획자들은 이번 작품들이 60년에 걸친 거장의 작업 세계가 응축된 결정체라고 입을 모은다. 비록 작가는 현장에서 관람객을 직접 맞이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함을 전했지만, 그가 남긴 황금빛 화면들은 죽음조차 가둘 수 없는 예술의 영원성을 증명하며 베네치아의 바다 위를 장엄하게 수놓고 있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