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목요일

미국, 중국 반도체에 '유죄'…처벌은 2년 뒤에?

2025-12-24 18:21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불공정' 판정을 내리면서도, 당장의 추가 관세 부과는 보류하는 이중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4일, 연방 관보 공지를 통해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공정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했지만, 실제 조치 시행은 2027년 6월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초기 관세율을 향후 18개월 동안 0%로 유지하고, 2027년 6월 23일부터 새로운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중국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처벌은 유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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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조치는 단순한 유화책이 아니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관세 시한폭탄'을 장착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 향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면서도, 실제적인 타격을 가하는 시점은 뒤로 미뤄 당장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고도의 외교적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관세 부과 가능성을 명확히 열어둠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실제 시행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을 벌어주며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고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에 중국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는 명백한 '관세 남용'이라고 비판하며,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시장 원리와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 수단화, 무기화하여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결국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압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로 미중 간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봉합된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더욱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기사 윤승우 기자 seung_59@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