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의 샤일록… 악당인가 피해자인가
2026-07-13 18:11
한국 연극계를 지탱해 온 두 거장, 신구와 박근형이 셰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를 압도했다. 오경택 연출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공연은 원작의 방대한 구성을 2막 19장으로 압축하면서도 본연의 메시지를 날카롭게 살려냈다. 140분간 펼쳐진 열연 끝에 1,200명의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아흔 살의 신구와 여든여섯 살의 박근형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고전을 통해 연극의 본질을 증명하겠다는 원로 배우들의 의지는 무대 위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BANNERAREA50CD]

딸 제시카의 캐릭터 역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 단순히 사랑을 찾아 도망친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개종을 선택했으나 결국 이방인으로 떠도는 주변인의 고뇌를 보여준다. 그녀는 인색한 아버지를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몰락한 아버지를 향한 연민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를 품어 안는 성숙한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 안토니오와 그의 무리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즐기는 위선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대극장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화려한 연출 기법도 돋보였다. 와이어를 이용한 공중 퍼포먼스와 객석에서 튀어나오는 배우들의 합창은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와 포셔의 저택 등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무대 장치는 공간의 순환을 매끄럽게 도왔다. 특히 압도적인 규모로 제작된 재판정 세트는 작품의 절정인 판결 장면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고전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9일까지 관객들과 만난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