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vs 대군부인, '고증'이 갈랐다
2026-06-16 18:40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한 픽션 드라마라 할지라도 역사를 소재로 삼는 순간 창작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최근 MBC에서 방영 중인 입석군주제 배경의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고증 오류라는 암초를 만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극 중 국왕의 즉위식에서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의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치는 장면이 화근이 됐다. 이는 자주독립국을 표방하는 극 중 설정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를 중국의 하위 문화로 격하시키려 시도하는 외부의 왜곡 주장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BANNERAREA50CD]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는 반복되어 왔다. 2021년 ‘조선구마사’는 판타지 사극임을 내세웠음에도 중국풍 복식과 실존 인물에 대한 과도한 각색으로 단 2화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퓨전 사극 ‘철인왕후’ 역시 조선왕조실록을 폄훼하는 듯한 대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심의위는 창작의 자유가 넓게 허용되는 장르일지라도 실존 인물과 역사를 차용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결국 픽션이라는 방패가 모든 왜곡과 오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역사를 빌려온 창작물은 그 뿌리가 되는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고증은 시청자가 화면 속 세계를 믿고 따를 수 있게 만드는 든든한 토대다. 재미를 위해 역사를 도구화하기보다는, 역사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지키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전 세계가 공감하는 진정한 K-콘텐츠의 위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서승현 기자 seo-hyun@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