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에 선수까지 입국 거부, 무너진 월드컵 정신
2026-06-11 20:30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국 미국의 서슬 퍼런 입국 규제에 가로막혀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 온 반이민 정책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이유로 입국 심사 문턱을 대폭 높이면서, 선수와 심판은 물론 관중들까지 미국 땅을 밟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본선 진출국 중 4분의 1에 달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비자 발급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포츠의 순수성이 정치적 논리에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BANNERAREA50CD]

입국 심사장의 억류와 심문은 비단 특정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라크의 핵심 공격수 아이만 후사인은 공항에서 장시간 심문을 받은 뒤에야 입국할 수 있었고, 스위스의 브릴 엠볼로 역시 과거 이력을 문제 삼은 추가 심사 끝에 간신히 팀에 합류했다. 취재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기자들은 취재 비자 승인이 거부되거나 공항에서 10시간 이상 억류된 끝에 추방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응원단장 자격으로 출국하려던 연예인 이경규 씨가 비자 문제로 발이 묶이는 등 비자 장벽의 불똥은 국적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튀고 있다.

축구공 하나로 전 세계가 하나 된다는 월드컵의 슬로건은 거대한 비자 장벽 앞에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에볼라 확산을 이유로 입국이 막힌 아프리카 관중들과 영사 서비스 중단으로 비자 신청조차 못 하는 이라크 팬들의 절규는 이번 대회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묻게 한다. 개최 도시 간의 이동조차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약받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스포츠 역사의 영광스러운 기록 대신 배타적 민족주의가 낳은 얼룩진 기록으로 남게 될 위험이 크다.
기사 윤승우 기자 seung_59@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