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고온천의 반전, 청년 예술가가 폐건물 살렸다
2026-04-27 15:32
충남 아산시 도고온천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과거와 미래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낡은 건물의 골조와 기둥을 그대로 노출한 채 세련된 감각으로 덧입혀진 이 공간은 한때 도고의 황금기를 상징했던 대형 여관 '청수장'이 있던 터다. 1980년대만 해도 신혼여행객과 온천객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이곳은 관광 산업의 쇠퇴와 함께 오랜 시간 지역의 낙후를 증명하는 흉물로 방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아산시가 추진한 대규모 문화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은 '스페이스앳도고'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하며 지역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BANNERAREA50CD]

청년 인구의 유입은 도고온천 일대의 상권 지형도마저 바꾸어 놓았다. 스페이스앳도고를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카페와 독립 서점, 소규모 공방들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이른바 '도고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과거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천 마을에 2030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인적 교류는 도고가 가진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도고는 이제 뜨거운 온천수라는 단편적인 소재를 넘어 청년과 예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화려했던 옛 영광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을 재료 삼아 미래를 짓는 방식은 도시 재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낡은 여관 터에서 피어난 창업의 열기는 차가운 폐건물에 온기를 불어넣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전체의 활력으로 전이되고 있다. 흙과 불의 기억을 간직한 옹기처럼, 도고의 낡은 기둥들은 이제 청년들의 꿈을 담아내는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릇으로 거듭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기사 강준혁 기자 Kang_hyuk2@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