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 마크는 왜 우리 곁을 떠났을까
2026-04-24 18:57
과거 동네 골목 어귀에서 가장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건물은 단연 대중목욕탕이었다. 남탕과 여탕을 분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복층 구조를 갖추고 높다란 굴뚝까지 세워야 했던 목욕탕은 지역 사회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각 가정에 온수 시설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함께 목욕 바구니를 들고 나서는 풍경은 흔하고 정겨운 일상이었다.[BANNERAREA50CD]

줄도산의 위기 속에서도 폐업한 목욕탕 건물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시 재생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넓은 내부 공간과 과거의 탕, 타일 장식 등 독특한 건축 요소를 그대로 살려 세련된 카페나 베이커리, 복합 전시관으로 개조하는 방식이다. 이는 복고풍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정부가 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간판들까지 강제로 철거하는 소급 적용을 강행하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아직 재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골목길이나 변두리 지역을 걷다 보면 낡은 간판에 새겨진 옛 기호를 드물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한때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대중목욕탕의 찬란했던 과거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기사 김유준 기자 yujunKim@issuenfac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