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무력화? 아리셀 경영진 형량 대폭 감형
2026-04-22 17:13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이 항소심에서 대폭 축소되며 사법 정의를 향한 유족들의 기대가 무참히 꺾였다.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22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징역 15년에서 7년으로 형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증유의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1심의 준엄한 심판이 2심에서 대폭 완화되자 법정 안팎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BANNERAREA50CD]

항소심 재판부 역시 아리셀 측의 과실과 책임이 무겁다는 점은 인정했다. 화재 발생 이틀 전 이미 선행 폭발이라는 명확한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이를 안일하게 판단해 공정을 강행했다는 점을 판시했다. 적절한 매뉴얼 마련과 준수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평소 안전 조치를 완전히 방치한 것은 아니며, 이익 추구에만 몰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상반된 논리를 펴며 형량을 대폭 낮췄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사고의 결과와 책임의 무게 사이에서 심각한 괴리를 보여주었다.

이번 아리셀 판결은 노동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 재판 과정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23명의 생명이 사라진 대가로 내려진 징역 4년이라는 판결은 한국 사회가 노동자의 생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묻는 뼈아픈 질문이 되었다. 유족들은 재판 내내 피해자 측에 적대적이었던 재판부의 태도와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예고했다.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오열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안전한 일터를 꿈꿨던 수많은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하며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기사 김유준 기자 yujunKim@issuenfact.net